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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Articles/Reviews

아이패드 3대를 쓰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

by LIFE IS STRANGE 2026. 4. 11.

5년을 버틴 보급형 — 아이패드 6세대

2018년 구입한 아이패드 6세대를 2023년까지 썼다. 5년이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3년인 걸 감안하면 꽤 이례적인 일이다. 그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애플이 A10 Fusion 칩 탑재 기기에 iOS 11.3부터 iPadOS 17.x까지 무려 6번 이상의 메이저 OS 업데이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GoodNotes로 필기하고, 카카오톡 쓰고, 유튜브 보고, 프로크리에이트로 간단한 드로잉 — 이 네 가지가 5년 내내 멀쩡히 돌아갔다. 버벅임이 눈에 띄게 심해진 건 마지막 1년 정도였고, 그것도 견딜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5년을 쓰고 최종 처분 이유는 "팔아서 돈 받기"가 아니었다. 아이패드가 필요한 지인에게 그냥 줬다. 중고 시세는 이미 크게 떨어진 상태였고, 수리비(약 30만 원)가 중고가를 넘어선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소비재가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항목
사실
체감
OS 지원
iPadOS 17.x까지
앱 호환성 5년간 유지
디스플레이
논-라미네이팅, 60Hz
펜슬 필기 시 미세 시차
스피커
2개, 하단 배치
가로 시청 시 소리 쏠림
처분 방식
지인 무상 양도
수리비 > 중고가

가장 좋은 게 항상 정답은 아니다 — 프로 12.9인치 2세대

그 다음 기기는 스펙 상 완전히 반대편이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017년형. A10X Fusion, 4GB RAM, 120Hz ProMotion 디스플레이, 라미네이팅 처리, P3 색역, 4스피커. 종이 위에 쓰는 모든 수치에서 압도적이었다.

120Hz로 따라오는 펜슬의 잉크 궤적은, 솔직히 말하면 처음 경험했을 때 감탄했다. 20ms 지연율. 정말로 종이 위를 긋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2년 만에 팔았다. 이유가 두 가지였다. 첫째, 너무 크다. 둘째, 급전이 필요했다.

12.9인치는 책상 앞에 앉아 작업할 때는 더할 나위 없다. 문제는 태블릿의 사용 패턴 대부분이 "책상 앞"이 아니라는 데 있다. 소파에서, 침대에서, 이동 중에. 그 상황에서 12.9인치는 지나치게 크고 무겁다. 손목이 피로해지는 물리적 지렛대 효과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그리고 하이엔드 애플 기기의 한 가지 숨은 특성 — 감가상각이 느리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는 당근마켓에서 빠르게 팔린다. 프리미엄 IT 기기는 어떤 의미에서 유동성 있는 보유 자산이다.

시간을 거슬러 — 지금은 2016년 9.7인치 프로

현재 쓰는 기기는 아이패드 프로 9.7인치, 2016년 출시 모델이다. 숫자만 보면 퇴행이다. A9X 듀얼 코어, 2GB RAM, 60Hz. 그런데 이 기기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6세대의 아쉬운 점(논-라미네이팅, 듀얼 스피커)과 12.9인치의 아쉬운 점(너무 큼)을 동시에 없앤 유일한 9인치 선택지가 바로 이 기기였기 때문이다. 라미네이팅 디스플레이, 4스피커, P3 색역, 트루톤, 9.7인치 폼팩터. 이 조합이 지금도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6세대 (2018)
칩셋A10 Fusion
RAM2 GB
디스플레이논-라미네이팅
주사율60 Hz
스피커2개
최대 OSiPadOS 17
프로 12.9" (2017)
칩셋A10X Fusion
RAM4 GB
디스플레이라미네이팅
주사율120 Hz
스피커4개
최대 OSiPadOS 17
프로 9.7" (2016)
칩셋A9X 듀얼코어
RAM2 GB
디스플레이라미네이팅
주사율60 Hz
스피커4개
최대 OSiPadOS 16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A9X 듀얼 코어의 한계는 멀티태스킹 상황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무거운 웹페이지, 최신 게임, 백그라운드 앱 전환 — 이 기기가 10년 가까이 된 실리콘 위에서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헐적인 버벅임이 계속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 iPadOS 16에서 업데이트가 끊겼다. 지금 당장은 괜찮다. 하지만 앱 개발사들이 최소 요구 사양을 iPadOS 17로 올리는 순간, 카카오톡도 굿노트도 최신 버전 설치가 막힌다. 소프트웨어 시한부를 달고 운영 중이다.

Apple Pencil 1세대 — 세 기기를 모두 거쳤다

세 기기 모두 Apple Pencil 1세대를 썼다. 펜슬 자체는 바뀌지 않았는데, 기기에 따라 필기 경험이 달랐다.

 
~45ms
6세대
논-라미네이팅
60Hz
 
~20ms
프로 12.9"
라미네이팅
120Hz
 
~30ms
프로 9.7"
라미네이팅
60Hz
✏️
12.9인치에서 9.7인치 프로로 돌아왔을 때, 잉크 궤적이 미세하게 느려지는 역체감이 있었다. 눈에 크게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한 번 120Hz를 경험한 손은 기억한다.

세 기기가 남긴 교훈

보급형도 충분히 오래 간다
핵심은 칩 성능이 아니라 OS 지원 기간. A10 + 5년 업데이트 정책이 기기 수명을 결정했다.
6세대의 교훈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12.9인치는 최고의 캔버스지만, 침대와 소파에서 들고 보기엔 너무 무겁다. 사용 빈도가 폼팩터에 달려 있다.
12.9"의 교훈
폼팩터의 승리, 시간의 한계
가장 완벽한 크기와 품질의 조합. 그러나 iPadOS 16이라는 시한부는 피할 수 없다.
9.7" 프로의 교훈
그래서 다음에 아이패드를 산다면
01 가성비를 원한다면 — 최신 표준 아이패드로 가라. 애플의 OS 지원 정책이 5년 이상을 보장해 준다. 무리해서 프로 살 필요 없다.
02 12.9인치 프로를 살 거라면 — 책상 앞에서만 쓸 각오를 해라. 그렇지 않다면 11인치를 진지하게 고려하라.
03 구형 기기를 살 때는 OS 지원 단절 시점을 반드시 확인하라. 하드웨어가 살아 있어도 소프트웨어 지원이 끊기면 기기의 실질적 수명은 그때부터 카운트다운이다.
04 Apple Pencil 경험의 절반은 디스플레이가 결정한다. 라미네이팅 여부와 주사율이 펜슬 필기감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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